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사랑할 수 있다.
창덕궁은 그런 곳인 듯 합니다.
조선의 5대 궁궐 중, 창덕궁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궁궐 중 한 곳입니다.
누구나 들어본 적 있는, 그러나 어쩌면 그냥 지나쳤을
창덕궁의 매력을 좀 더 알아볼까요 : ) ?
1997년 창덕궁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관람이 제한되었다고 알고 계신 분도 간혹 있는데, 사실은 그 오래전부터 창덕궁은 쉬이 볼 수 있는 궁궐은 아니었습니다.
창덕궁은 궁궐 전각과 왕실의 정원이었던 후원 영역으로 나뉘는데, 현재 후원 영역은 - 자유관람 실시기간 제외 - 특별관람으로 문화해설사 동행하에 시간제 관람이지만 궁궐 전각은 일반관람으로 자유롭게 관람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창덕궁이 일반 시민에게 공개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창덕궁은 1976~1979 기간동안 공개를 중단하고 대대적인 복원사업을 시행했고, 그 후 제한관람 방식으로 일부 공간만을 개방했습니다.
창덕궁 후원이 시민들에게 처음 개방된 것은 2004년 5월 1일로, 불과 10여년 전이며, 낙선재 뒤뜰은 2014년 4월 1일부터 공개되었습니다. 그리 오래 되지 않았죠. 창덕궁 관람에 대한 부분은 그 때 마다 뉴스를 장식했던 화젯거리였던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가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는 것이 원래부터 가능했던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창덕궁의 제한관람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은?
창덕궁이 이토록 '보기 어려운' 궁궐임에 시민들의 생각은 어땠을지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조사 결과를 좀 살펴보았습니다.
궁궐 특성에 따른 이용자 분석 조사연구(2008)에 따르면, 창덕궁 제한관람 제도에 대해서 전체 774명 응답자 중 찬성은 568명, 반대는 206명으로 약 73%의 지지율을 보였습니다.
이를 내/외국인으로 구분해보면 내국인은 584명 중 찬성은 435명, 반대는 149명이었으며 외국인 190명 중 찬성은 133명, 반대는 57명이었습니다.
내국인의 찬성비율은 약 74%로 제한관람에 대해 비교적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국민이 문화향유권을 누리고 싶은 마음과는 별개의 문제로 창덕궁이 보호되어야 할 가치가 높은 문화재라는 인식이 근저에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 )
창덕궁,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다 !
보존되어야 할 가치가 충분한 창덕궁은 1997년 드디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알고 갈 Tip !
유네스코에서 지정하는 가치 있는 모든 것≠세계유산.
유네스코에서 지정하는 가치 있는 모든 것>세계유산.
즉, 유네스코에서 가치 있다고 지정하는 것에는 ①세계유산 외 ②인류무형문화유산과 ③세계기록유산도 있습니다.
그리고 ①세계유산 안에도 문화유산, 자연유산, 복합유산으로 나뉩니다.
간단하게 정의하자면,
a 문화유산에는 기념물이나 유적지가 속하고, b 자연유산은 자연의 기념물이며,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의 특징을 동시에 충족하는 유산을 c 복합유산이라 구분합니다.
생각해보면 조선의 법궁은 경복궁이며, 경복궁 또한 보존의 가치가 매우 높은 곳인데 유네스코는 어떤 가치를 높이 사 창덕궁을 문화유산으로 등재하였을까요?
등재 기준을 좀 살펴보겠습니다.
기준 1.
창덕궁은 궁궐 건축의 기본 양식을 따르면서도 건물의 배치에 있어 다양한 특성을 보여준다. 궁궐의 정문인 돈화문은 서남쪽에 위치하는데, 남북방향의 일직선 중심축을 따라 정문을 배치하는 경복궁이나 중국의 궁궐과는 차이가 있다. 이는 주변 환경을 고려하여 건물을 조화롭게 배치하였음을 보여준다.
- 보통 궁궐의 정문은 법전(으뜸 전각)에서 남쪽에 위치하는 것이 기본 양식이며, 대부분 중심축을 기준으로 양 쪽에 전각들이 대칭적으로 놓여져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런데 창덕궁은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자연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고 건물을 배치하였고, 그럼에도 짜임새 있고 구조적이라는 점에서 매우 놀라운 곳입니다.
창덕궁은 전통 풍수지리 사상과 조선왕조가 정치적 이념으로 삼은 유교가 적절히 조화된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전통 풍수에 입각하여 선정된 입지와 유교 이념에 따라 상징적/기능적으로 배치된 창덕궁의 건물들은 조선시대 고유의 독특한 유교적 세계관이 깃들어 있다.
기준 3.
궁궐 건축의 전통을 이탈하지 않으면서도 창조적 변형을 가하여 자연적인 산세와 지형을 살리는 건축과 조경으로, 하나의 환경적 전체로 통일시킨 훌륭한 사례이다.
- 기준 1. 과 유사한 내용이긴 한데, 배치 뿐만 아니라 건축과 조경 또한 창덕궁은 자연과의 조화를 잘 살린 궁궐입니다. 그래서 창덕궁을 鷹峰山(응봉산) 끝자락에 위치한 꽃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
창덕궁 보존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나?
창덕궁의 보존과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정부기관으로는 문화재청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창덕궁의 건물 및 시설물 보수정비, 발굴, 예산 지원 등의 업무를 총괄합니다. 40여명 가량의 직원들이 배치된 창덕궁 관리소는 현장에서 직접 유산을 관리하고 있으며,
3~4년 주기로 전문가들이 정밀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서울시 도시계획과, 도시교통과, 문화재과가 협력하여 창덕궁 주변 지역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창덕궁 문화재 수리는 해당 분야별 '문화재수리기술자' 자격시험에 합격한 공인된 문화재수리기술자가 진행합니다. 창덕궁 보존의 가장 큰 위협이 되는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문화재청은 2009년부터 '5대궁 및 종묘 종합경비시스템구축사업'을 추진하여 화재를 비롯한 문화재 훼손과 재난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문화재청과 협약을 체결한 우리문화숨결(궁궐길라잡이), 한국의 재발견(우리궁궐지킴이) 단체에서 시민들에게 궁궐의 문화적 가치를 알리고 보존하는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 댜앙한 정부기관과 봉사활동 단체에 의해 창덕궁이 관리되고 있지만, 문화적 가치을 보존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우리 모두의 관심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 주, 궁궐여행 어떠신가요?
궁궐에 간다는 것은 다름아닌 역사 여행입니다. 지금은 입장권을 사서 누구나 방문할 수 있는 곳이지만, 조금만 시간을 거슬러 돌아가보면 그곳은 조선왕조의 왕실이었으며, 국정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지는 정치적 심장부였습니다.
그래서 三間(삼간)을 생각하며 궁궐을 방문해보시기를 권유드립니다. 직접 가서 空間(공간)을 거닐며, 時間(시간)을 거슬러 그 당시의 모습을 추측해보고, 끝으로 人間(인간), 어떤 사람들이 그곳에서 생활했는지 그들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지를 상상해보면 궁궐을 '살아있는 공간'으로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
"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사랑할 수 있나니,
알고 난 후 보이는 것은 전과 다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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