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차이나는 클라스’ 라는 프로그램에
서예가이자 중문학자인 김병기 교수님 강의가 있었습니다. 주제는 ‘한자’였습니다.
평소 한자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보는 내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습니다 !
너무 감명 깊어 후기를 남깁니다.
한자의 유용성은?
저는 한자를 알면 그만큼 실생활에도 유용하고,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기본적으로 보고서만 보더라도 한자를 모르면
“이미 논의된 내용”을 말할 때, 旣 (이미 기) 로 써야 하는데 起 (일어날 기, 달릴 기) 로 쓰거나 발표자료에 일사불란 (一絲不亂)을 일사분란하게 움직이자고 쓰거나 하는 실수를 하게 됩니다.
알아보니 한자를 몰라 틀리는 사례 중
‘문외한(門外漢)’을 ‘무뇌한’으로, ‘포복절도(抱腹絶倒)’를 ‘포복졸도’로 쓰거나, 제고(提高)와 재고(再考)를 혼용해 쓰는 경우도 많은 듯 합니다.
맞춤법을 떠나서 한자를 알면 여러 단어의 뜻을 이해하기에 유용하죠.
落이 ‘떨어질 낙’이라는 의미와 느낌을 알게 되면
落水(낙수)는 떨어지는 물이구나, 落下傘(낙하산)은 떨어지는 우산같은 거구나를 이해할 수 있고,
단어의 의미를 좀 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문맹, 한자를 모르기 때문에?
간혹 기사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글 이해능력이 부족한 이유로 한글전용정책이나 한자의 무지를 꼽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러한 생각에는 조금 의문이 듭니다.
앞서 얘기한대로 한자를 알면 단어들의 함축적인 의미나 문맥을 직감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보나,
반대로 한자를 모르기 때문에 이해능력이 부족하다고 직접적으로 보기엔 근거가 부족해 보입니다. 그것보다는 실질적으로 글 이해능력과 관련하여 독서량 부족, 비판적 사고의 부재 등으로 초래되는 문제가 크다고 봅니다.
미국 문학평론가 마이틸리 라오는 “한국의 식자율(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비율)이 98%에 달하고 출판사들은 매년 4만 권의 새 책을 내놓지만, 30개 상위 선진국 가운데 국민 한 명당 독서시간이 가장 적은 나라가 바로 한국”이라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은 연간 1억권 이상의 책을 찍어내는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출판대국임에도 UN 조사결과 2015년 한국인 독서량은 192개국 중 166위로 하위권이었습니다.
(2017.10.20 헤럴드경제 기사 발췌)
오늘날 한자, 꼭 알아야 할까?
그렇다면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면서
한자를 왜 알아야 할까요?
강의에서는 ‘한자는 무조건 중국의 문화’라는 단순한 이유로 최치원의 ‘계원필경’을 중국에 빼앗길 뻔 했던 일화가 소개되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도서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의회도서관은 세계적인 규모답게 각 대륙별, 나라별로 도서를 분류하여 관리해 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신라 최고의 학자이자 문장가인 최치원의 ‘계원필경’이 중국부로 옮겨질 뻔 했는데, 그 논리가 계원필경이 한자로 쓰여졌고, 한자는 곧 중국의 문자라는 것이었습니다. 더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조차 계원필경의 언어를 ‘중국어’라고 표기해 더 할말이 없는 상황이었죠.
이에 김병기 교수님은 중국 학자에게 “한국에서 한자는 2천년동안 우리 문화를 기록한 제2의 문자다. 중국만의 문자가 아닌 동아시아 모두의 문자라고 할 수 있다”라는 일침을 놓아 위기를 넘겼다고 합니다.
현재 중국 지린성에 있는 고구려 제19대 광개토대왕의 능비, [광개토대왕릉비]의 비문도 그 해석을 두고 여전히 논쟁이 뜨거운데요. 이 논쟁만 보아도 한자를 알아야 우리가 역사를 올바로 이해하고, 우리 것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이 논쟁은 다소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 별도로 다루겠습니다 !
문화강대국, 그 의미
중국 전국시대 말기의 사상가 한비자는 “한 국가의 안위는 옳고 그름을 분명히 하는 데 달려있지 힘이 강하고 약함에 달려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김병기 교수님은 한비자의 말을 빌려 현재 한국 사회에 “중국과 일본의 역사 왜곡에 우리는 왜 침묵하고 있는가. 아닌 건 아니라고 분명히 밝힐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나라의 힘이 되고 올바른 역사를 기록할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다”라는 말로 역사를 바로 아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저도 끊임없이 역사와 한자에 관심을 기울여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제가 좋아하는 이제석 광고인의 광고로 글을 마칠까 합니다.
* 이제석광고연구소 광고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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