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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느낌

75주년 광복절, 그날을 되새기며

by RosyLife 2020. 8. 15.

광복절을 맞이하여 개인적인 생각을 기록해본다.

광복절(光復節)

1945년 8월 15일,

영예롭게(光) 주권을 되찾은(復) 날이다.

2020년 8월 15일, 광복절 75주년을 맞이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니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이 땅에서 일어났다.

과거의 그때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던 역사의 현장,

이제까지 직접 가본 곳들과 관련 사진을 남기며

광복절을 되새기는 날을 보내보려 한다.


_ 여순(뤼순) 감옥

여순 감옥 앞

중국 요령성 대련 여순,

중국식으로는 랴오닝성 다롄 뤼순에 있는 형무소.

 

내부 사진

내가 뤼순 감옥을 다녀온 날은 2018년 12월 말,

정말 추운 겨울날이었다.

모자, 장갑, 목도리, 패딩, 핫팩, 부츠 등

가져갈 수 있는 모든 보온용품을 준비해서 갔다.

대련의 겨울이 혹독하다고 들었지만

맨손으로는 사진도 찍기 어려울 정도였다.

책으로 접했던 뤼순 감옥을 가면서

고문과 고독을 상상했는데,

그곳에는 생각지 못한 추위도 있었다.

 

안중근 의사, 동양평화론을 집필하신 곳

1910년 2월 14일, 안중근 의사의 사형 선고일,

그리고 3월 26일 순국일.

모진 고문뿐 아니라 이 혹독한 추위도 겪으셨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먹먹했다.

당시 안중근 의사가 착용하셨던 옷은 얇디얇은 천이었고

추위를 막아줄 수 있는 것은 어떤 것도 없었다.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다.

1분 1초를 어떻게 견딜 수 있었을까

그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안중근 의사의 필체

단재 신채호 선생, 우당 이회영 선생도

뤼순 감옥에서 순국하셨다.

독립을 향한 열망과 희생이 고스란히 느껴진 곳이었다.

 


_ 독립기념관

겨례의 탑, 겨례의 집
상설 전시

※ 출처: 독립기념관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과 함께 독립기념관에 갔다.

특별한 날이어서가 아니라 학생 때는 가족들과 매년 한 번 씩은 들렀던 곳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자주 못 갔던 것 같은데, 2016년에 다녀온 게 가장 최근이다.

독립기념관에서 역사 책으로는 다 느끼지 못했던 강렬한 감동과 인상을 많이 받았다. 역사를 지식이 아니라 현실로 만나는 느낌.

그리고 갈 때마다 잘 관리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역사적 현장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거나 추가되는 부분들이 많았다.

 

독립군의 피묻은 태극기

※ 출처: 독립기념관 블로그

 

가장 기억에 남는 건 1920년 봉오동 전투 때 사용했던

'독립군의 피 묻은 태극기'

실제로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이 잊혀지지 않는다.

수많은 장면들이 떠올라서 한참을 보고 있었다.

지금 봐도 그러하다.


_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망루와 담장

※ 출처: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죽음의 경계에 가장 가까웠던,

수많은 한과 애환이 서려있는 서대문 형무소.

역사적 현장은 어디든 그러하지만

이곳은 특히나 마음이 무거웠던 곳이다.

맺힌 슬픔을 감히 다 짐작하기도 어려웠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사형장을 지나기 전에 본

'통곡의 미루나무'

[애국지사들이 마지막으로 이 나무를 붙잡고 조국의 독립을 이루지 못하고 생을 마감해야 하는 원통함을 눈물로 토해내며 통곡했다] 하여 이 이름이 지어졌다.

형무소라고 부르기엔 그 세월이 지닌 의미를 다 담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야말로 민족의 긍지가 느껴지는 곳이다.

 


_ 덕수궁

덕수궁의 다양한 모습들

경운궁이라는 옛 이름을 가지고 있는 덕수궁.

궁은 참 아름답다.

사계절 계절마다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

가히 당대 최고의 예술과 기술의 합작품이라 할 수 있다.

덕수궁은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정말 자주 갔던 곳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사랑할 수 있다는 말처럼

갈 때마다 새롭고 조화로운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덕수궁의 석어당 2층

그런데 그곳에 얽혀 있는 이야기를 듣고 나면

같은 공간이어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진다.

내 생각에 덕수궁은 5대 궁궐 중 특히

아름답다고 감탄만 하기엔 담고 있는 이야기가 무겁다.

그 앞에서 기분 좋게 사진만 남길 수는 없는 곳이다.

불편한 마음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되새기며 보면 현재 볼 수 있는 아름다움 너머

과거의 희로애락이 보인다.

궁궐은 박물관이 아니라 역사의 현장이며

걷는 걸음마다 과거가 깃들어있기 때문이다.

 

덕수궁의 중화문

​덕수궁을 법궁(임금이 거주한 곳)으로 삼은 것은

선조 임금 때와 고종 임금 때였다.

공통분모가 있다면 모두 나라가 힘들었던 시기였다.

그래서 덕수궁에는 극복의 역사가 담겨 있다.

조선의 임금이자 대한 제국의 황제였던

고종임금(광무황제)는 일제강점기에 이곳에 머물렀다.

그래서 궁에 가면 당시의 불안과 노력을 엿볼 수 있다.

 

고종임금이 생활하셨던 함녕전

1919년 31혁명과 관련이 깊은 곳이 덕수궁에 있다.

바로 함녕전이다.

이 건물과 관련된 역사적 가설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한 가지가 광무황제(고종 임금)의 독살설이다.

광무황제는 생활하셨던 함녕전에서

1919년 1월 21일 승하하셨다.

심증이 있어 일제에 대한 반감이 높아졌고,

이는 31혁명에 영향을 주었다.

궁궐은 수많은 역사의 한 켜라는 생각이 든다.

 


_ 대한민국 임시정부 (상해)

대한민국 임시정부 앞

앞서 덕수궁에서 언급한 31혁명에서 이어진 역사가

바로 대한민국 임시정부(상해)의 수립이다.

상해 임시정부에는 2018년 7월에 다녀왔다.

회의를 하거나 생활을 할 수 있는 여러 방들이 있었다.

규모가 크지 않은 공간이었는데,

그래서 어려웠던 상황이 더욱 짐작되는 곳이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유적지

​지금도 해외의 낯선 곳에 처음 가면 두려울 게 많은데

위협을 받으며 지내야 했던 그때는 얼마나 더 그랬을까

그럼에도 결코 굴하지 않았던 희생들로

이곳에서 대한민국의 역사로 이어질 수 있었음을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곳이었다.

 


_ 미스터 션샤인

미스터션샤인 드라마, 의병들
대한제국의 실제 의병들

※ 출처: 세계일보

미스터 션샤인,

독립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던 드라마였다.

드라마이기 때문에 각색된 부분도 있지만 당시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는 장면들이 많았다. 특히 덕수궁의 모습들, 외국 공사관이 주변에 있었던 모습, 의병들의 활약 등 그 당시 실제 있었던 일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실감 나고 먹먹했다.

집을 보금자리라는 상징으로 생각해봤을 때도 고애신(주인공)의 집에 외국군이 들어와 마구 헤집어 놓는 것을 보며, 삶이 어느 정도 위협받았을지 여과 없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영상미와 느린 대화 속도에 매력을 느꼈는데,

보는 내내 독립에 대해 생각을 하게 했던 드라마였다.

눈부신 날이었다.

우리 모두는 불꽃이었고, 모두가 뜨겁게 피고 졌다.

그리고 또다시 타오르려 한다.

동지들이 남긴 불씨로.

잘 가요 동지들.

독립된 조국에서 씨유어게인.

- 미스터션샤인 中 -

 


끝으로 최태성 강사님의 말을 떠올려본다.

대학생이 되고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준비했을 때

최태성 강사님의 EBS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그때 독립군에 대한 강의 중에 하셨던 말이 생각난다.

정확한 단어들은 아니지만 요지는 이렇다.

역사 공부를 하면서 일제 강점기 시기를 어려워하는데,

단체와 인물이 대거 등장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외우는 것을 어렵다고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름에 축약된 독립투사들과 그 희생을 생각하면

이것이 단순히 암기해야 할 이름의 나열이 아니라

각각의 이름에 담긴 역사를 만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찾아보니 비슷한 내용의 영상이 있어 다시 보았다.


1945년 8월 15일,

얼마나 기쁜 광복을 맞이했는가.

오늘은 광복절이 있기까지의 수많은 희생을 떠올려봤다.

2020년의 나는 이렇게 편하게 앉아서 글을 쓰며

그 광복의 기쁨을 함께 누리고 있음에

다시 한번 무겁고 감사한 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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