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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인니] #코로나19 #르바란 #무딕 금지

by RosyLife 2020. 7. 2.

매년 기간은 달라지는데, 올해는 4월 24일부터 5월 23일까지 무슬림에게 성스러운 라마단 기간이었다. 조금 지나기는 했지만, 라마단의 의미도 되새기고,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풍경도 기록하고자 포스팅을 한다.

 

출처: 머니투데이 기사

내가 라마단(Ramadan)을 처음 접한 건 출장 때였다. 공항에 저렇게 Ramadan이라고 적어 가려 놓은 것을 봤는데, 금식 기간이라 배려 차원에서 좌석을 가려놓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같이 일하는 직원들도 금식을 지키고 있던 상황이었고, 그들의 금식 문화를 존중하고 배려하기 위해 되도록이면 앞에서 음식을 먹거나 음료를 마시지 않으려고 했다. Buka Puasa(부카 푸아사; 금식을 푼다)도 보게 되어 라마단의 분위기가 어떤지 살짝 엿볼 수 있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00526052800104?input=1195m

 

인도네시아 수녀들, 이슬람 명절 축하송…"종교 수용성" | 연합뉴스

인도네시아 수녀들, 이슬람 명절 축하송…"종교 수용성", 성혜미기자, 국제뉴스 (송고시간 2020-05-26 10:22)

www.yna.co.kr

라마단 기간은 해가 떠 있는 동안 금식을 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매일 5회 기도를 한다. 이 외에도 금주, 금연, 불순한 생각과 행동들을 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시간이라고 한다. 이 시기는 무슬림에게 겸손, 인내, 배려와 같은 마음을 기를 수 있는 의미 있고 신성한 시기인 것이다. 라마단 기간이 끝나면 서로를 축하하고, 무사히 끝났음을 기념하는 파티가 열린다. 이것을 이둘 피트리(Idul Fitri)라고 하며, 인도네시아에서는 르바란(Lebaran)이라고도 일컫는다. 이때 무슬림은 서로에게 덕담을 건네고, 음식이나 선물을 주고받으며 함께 시간을 보낸다.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자 고향으로 떠나는 사람들도 늘어나는데, 이런 대이동을 인도네시아어로 무딕(Mudik)이라고 한다. 한국 문화에 비유하자면, 설날처럼 민족 대이동을 떠올릴 수 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00410055500104?input=1195m

 

자카르타 '대규모 사회적제약' 돌입…르바란 연가대체 휴일 연기 | 연합뉴스

자카르타 '대규모 사회적제약' 돌입…르바란 연가대체 휴일 연기, 성혜미기자, 국제뉴스 (송고시간 2020-04-10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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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의 라마단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전 세계 그 어디도 피해 갈 수 없었던 코로나19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4월 10일부터 PSBB(대규모 사회적 제약)을 시행했다. 이로 인해 자카르타는 대형 쇼핑몰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으며, 상점이나 시장 이용에도 큰 제한이 있었다. 타 지역은 다를 수 있겠으나, 대형 쇼핑몰이 상권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자카르타의 경우 PSBB로 인해 이용할 수 있는 상점이 거의 문을 닫았었다. 학교가 문을 닫고, 단체 활동이 금지된 것도 물론이다. 쇼핑몰 지하에 마트가 있어 방문한 적이 있는데, 불 꺼진 대형 쇼핑몰에 들어가며 코로나19를 피부로 실감할 정도였다. (내가 방문했을 때 지상으로 약 8층 높이 되는 쇼핑몰에서, 지하 상점 일부만 제외하고는 문을 닫고 모두 불이 꺼진 상태였다) 해가 떠있는 동안 금식을 하고 일몰 후에는 Buka Puasa(부카 푸아사; 금식을 푼다)를 하며 하루를 마무리했을 그들에게, - 혼자 음식은 먹을 수 있을지라도 -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며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환경이 제한된 셈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RyfRueLS_VY

​△ 무딕금지 홍보영상

 

 

달라진 분위기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무딕의 금지 또한 큰 변화였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코로나19의 확산, 특히 지방으로의 확산을 막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해왔다. 그 일환으로, 인도네시아 조코위 대통령은 모든 국민의 무딕(Mudik)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매년 약 2500~3000만여 명이 고향으로 떠났던 이 시기에 이동이 전면 금지된 것이다. 그리고 5월 24~25일 공휴일에 이어지는 26~29일 르바란 연가 대체휴일을 12월 28~31일로 옮겼다. 인도네시아도 큰 나라인 만큼 쉬는 날을 줄여 귀향이 어렵게 하려는 정부의 계획이 반영된 조처로 보인다. 할랄 인증기관으로 알려진 MUI(이슬람 의결기구)에서도 무딕금지에 대해 언급했는데, 코로나19가 확산되는 현시점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애초에 PSBB는 4월 10일부터 약 2주간이었지만, 자카르타 주 정부는 이 기간을 연장해왔다. 그리고 몇 번의 연장 끝에 드디어 PSBB가 끝나고, 6월 15일부터 활동이 재개되었다. 2주~4주씩 연장되어 과연 끝이 있을까도 싶었는데, 이제 또 다른 사회가 시작된 듯하다. 그 기간에 1000여 명 가까이 확진자가 늘어나는 상황에 충분히 이해가 되는 발표들이었다. 그러나 금식 기간의 어려움이나 또 르바란의 기쁨을 함께 나눴을 그들에게 올해 라마단은 어느 때보다도 힘든 시기이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무슬림 친구에게 안부 문자를 보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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