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27일 작성, 2018년 5월 31일 수정
⭕️ 미국의 유네스코 탈퇴 후 위안부 자료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여부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보기 전, 사건 배경과 맥락에 대해 설명드리고자 이 글을 다시 게시합니다. 참고 부탁드립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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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탈퇴, 갑자기 왜?
2017년 10월 12일 미국이 유네스코를 탈퇴하기로 결정했다. 누구보다 유네스코에 경제적으로 큰 지원을 하고 있던 미국의 탈퇴는 갑작스러워 보이지만, 사실 미국이 유네스코를 탈퇴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인 지난 1984년 이후 두 번째로, 당시는 유네스코의 정치적 편향성과 방만한 운영 등을 문제 삼아 유네스코를 탈퇴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유네스코가 너무 소련 쪽으로 기울었기 때문이라는 평도 있다. 그 후 조지 W.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2년 10월, 다시 18년만에 재가입했다.
이번 미국의 결정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뉴스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된 이유가 유네스코 기구의 체납금 증가, 조직의 근본적 개혁 필요성, 반 이스라엘 편견에 대한 미국의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한다. 모두 다 이유가 될 수는 있지만, 좀 더 실제적인 이유를 한 번 살펴보자.
미국이 유네스코와 삐걱대기 시작한 것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11년은 유네스코 기구가 팔레스타인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인 해이다. 당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연간 8천만 달러에 해당하는 유네스코 분담금의 전액 삭감을 결정할 만큼 이 상황에 대한 강한 의사를 표현했는데, 그 저변에는 국제정치의 동맹관계가 있다.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과 오랜 분쟁관계에 놓여 있으며, 이스라엘은 미국의 강력한 동맹국이다. 동맹국의 적은 곧 나의 적, 즉 미국은 이스라엘의 동맹국으로서 팔레스타인이 유네스코 회원국이 된 것에 대해 매우 불편한 기색을 보인 것이다.
2016년 유네스코가 팔레스타인의 주장을 반영해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고 점령국으로 규정한 일 등이 탈퇴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7월, 유네스코가 요르단강 서안 헤브론 지역의 구시가지를 세계문화유산에 올리면서 이를 이스라엘이 아니라 팔레스타인 유산으로 등록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2018년 12월 31일 이후 미국은 옵서버(참관국)자격으로만 활동하겠다고 선언했고,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의 탈퇴는 용기있는 결단'이라며 이스라엘도 유네스코를 탈퇴하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베냐민 네타냐후(이스라엘 총리)
유네스코 : 문화외교의 전쟁터
1945년 11월 세계 37개국이 모여 창설된 유네스코는, 현재 195개 회원국과 10개 준회원국을 가진 거대규모의 국제기구이다.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두고 전 세계 55개 지역사무소와 11개 직속 연구소 운영)
이렇게 지구촌 최다 회원국 보유 국제기구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가입절차에 있다. 특정 국가의 거부권을 인정하지 않는 유네스코에서는 어느나라든 총회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를 받으면 회원국이 될 수 있다. 이런 개방성 때문에 팔레스타인을 비롯해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니우에등도 유엔 가입보다 먼저 유네스코 회원국이 될 수 있었다.
교육 문화 과학이라는 키워드로 국제사회에 큰 공헌을 해왔는데, 90년대 이후 문화유산 지정작업이 본격화되면서 각국이 상반된 역사해석과 정치적 입장에 따라 치열한 물밑싸움을 벌이게 되면서 반목을 거듭해온 그야말로 '문화외교의 전쟁터'가 됐다.
어느 국제기구나 정치적 힘겨루기에서 온전히 자유로운 곳은 없겠지만, 유네스코는 특히나 일부 국가의 입김에 큰 영향을 받아왔다.
미국의 탈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당시 미국이 유네스코 탈퇴를 결정하면서, 당장 우리 피부에 와닿는 영향이 있었다. 바로 위안부 자료의 세계기록유산 등재여부였다.
2016년까지 한국의 치열한 외교전에도 불구하고 일본 산업시설 군함도(하시마섬)이 일본 근대화의 유적지로 인정받아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그런데 반대로 일본은 한국, 중국을 포함 14개국 시민단체로 구성된 국제연대위원회가 신청한 위안부 자료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강력 반발하고 있고, 등재가 되면 일본도 유네스코를 탈퇴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었다.
유네스코 국제자문위원회(IAC)는 2년에 한 번씩 여는 전체회의를 2017년 10월 24일~27일 열어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신청한 130여건에 대한 심사를 진행했다. 일본의 위안부 기록물은 2천 744건이 포함되어 있고, 작년이 등재 신청 이후 첫 심사였다.
당시 결과가 불안한 이유는 크게 2가지였다.
첫번째는 일본이 유네스코에서 매우 중요한(?) 국가라는 점이었다. 정치적 입김은 지갑에서 나온다. 그것을 '국가 부담금'이라 일컫는다. 2015년 11월에 개최된 유네스코 제38차 총회 결정에 따른 2년 간의 분담금 배분율에서
1위 미국(22%), 2위 일본(9.6%), 3위 중국(7.9%) ....13위 한국(2.0%)을 차지했다. 다시 말해, 최대 분담국 미국의 탈퇴로 2위 분담국인 일본의 위상이 높아진 것이다.
(게다가 일본은 올해 분담금을 아직 내지 않은 상황으로, 정치적 압박이 더욱 가능한 상황이다)
두번째는 유네스코 사무총장의 임기 문제였다.
현재 수장은 이리나 보코바 사무총장으로, 한국 정부는 수많은 설득과 노력을 해 온 보코바 총장의 임기 종료(2017/11/14) 전 기록유산 등재를 마무리 해달라고 목소리를 냈다. 차기 오드리 아줄레 사무총장이 취임하는 순간, 위안부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더욱 불분명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리나 보코바 현 사무총장
오드리 아줄레 차기 사무총장
커지는 중국의 영향력
미국의 결정에 중국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중국은 분담금을 더 부담하는 방법 등으로 유네스코 활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할 전망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2014년 파리 유네스코 본부를 직접 방문할 정도로 유네스코에 관심이 많으며, 부인 펑리위안 여사도 유네스코의 여성 교육을 위한 캠페인의 특별 홍보대사다.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경우, 우리와 함께 주장하고 있는 위안부기록물 등재와 같은 사안에 있어서는 우리도 큰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득이 있으면 실도 있는 것이 정치판의 이치인 것 같다. 중국와 우리나라도 꽤 많은 사안으로 대립구도를 보이고 있는데, 중국 일본 두 국가 모두 유네스코에서 입지가 커질 수록 우리의 문화유산을 지키기에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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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력 행사를 위해 분담금을 지금보다 더 많이 내자!" 가 결론이 되어서는 안된다. 전 세계의 교육, 문화, 과학을 위해 탄생한 유네스코의 숭고한 본연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가 분담금으로 인해 위기를 맞고 있는 지금이 혁신의 적기인지도 모른다.
유네스코 기구를 이해하기 위해 <유네스코의 권력구조 및 정치적 성격연구 - 서강대학교 정우탁>의 논문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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