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가물가물해지기 전에, 스킨스쿠버다이빙 입문기를 남겨보려 한다.
2018년, 스킨스쿠버다이빙에 입문했다.
선배 중에 스카이다이빙, 스킨스쿠버다이빙 등 모험적인 경험이 많은 선배가 있었는데, 그분이 경험한 영상을 자주 접하게 되면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주변에 들어보니 오픈워터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지인도 꽤 있었다.
나이가 더 들기 전에 스킨스쿠버다이빙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오픈워터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하고, 그중에서 PADI를 선택했다. PADI는 Professional Association of Diving Instructors의 줄임말로,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다이버 훈련 기관이다.
나는 필리핀에서 이틀 동안 이론교육 + 제한 수역(수영장) + 개방 수역(바다) 교육을 받았다. 다행히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가진 좋은 선생님을 만나 교육은 수월했지만, 나의 체력이 얼마나 안 좋은가 여과 없이 느꼈다...
첫날 수영장에서 교육을 받았는데, 물이 꽤 깊었다. 코가 아니라 호흡기로 숨을 쉬는 연습을 하는데, 순간 코로 물이 들어오면서 호흡이 완전히 꼬였다. 숨이 막힐 것 같은 느낌에 순간적으로 올라가려는데, 선생님이 내 팔목을 잡았다. 그리고 눈빛과 손짓으로 나를 안정시켰다. 덕분에 나는 호흡 패턴을 되찾을 수 있었지만, 바닷속에서 만일 이렇게 호흡이 꼬이면 올라가기도 어렵도 어떻게 해야 하나.. 없던 물 공포증도 생길 것 같은 느낌에 첫날부터 포기하고 싶었다 ㅠㅠ ㅋㅋ 물 속에서 멀미도 했는데, 그래도 버틸만 했다.
(평소 멀미가 심하지 않아도 멀미약은 비상약으로 필수!!)
다음 날, 멀미약도 챙겨 먹고 바다로 나갔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교육과정에는 호흡기를 떼고 찾는 연습, 수경에 물을 일부러 채워 빼내는 연습 등을 거쳐야 했는데, 이 모든 것이 바닷속에서 이루어졌다. 물속에서 눈을 뜨는 것도 힘들고, 호흡기를 떼고 찾는 것도 - 습관적으로 코로 숨을 쉴까 봐 - 처음엔 다 어려웠다. 물 속에 들어가기 전에 선생님께 나는 못할 것 같다고 말했더니, 죽게 놔두지 않겠다며 나를 믿고 들어가자는 말씀에 용기를 얻었다. 그리고 심리적인 공포가 좀 해소되니 그래도 무사히 교육을 마칠 수 있었다. 호흡으로 부력을 조절하고 유영을 하는 것은 느낌을 익히니 어렵지 않았다.
누군가 말해주거나 알려주거나 글로 읽거나 영상으로 보는 것이 아닌, 오감으로 경험하는 것은 또 확연히 다르다고 느낀 이유는, 그 이후로 그때 받았던 그 느낌이 내 무의식까지 들어왔구나 하고 느껴지는 꿈들을 가끔 꾼다. 바닷속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봤을 때 들어오는 햇빛과 신비로운 생명체, 그리고 그때 수온과 바닷물이 닿는 느낌 그런 것들. 꿈속에서도 신비롭고 기분 좋은 그런 느낌을 받는다. 바닷속은 TV에서도 많이 봤지만, 역시나 백문이 불여일견. 바다 속은 너무 고요하고, 매우 신비로우며, 경외심이 느껴졌다.
그 경험과 느낌은 또 다른 호기심으로 이어졌다. 나는 그 이후로 아쿠아리움에 가보기 시작했다. 이전에도 가봤지만 이제는 느끼는 마음이 사뭇 다르다. 서울 코엑스 아쿠아리움 / 63빌딩 한화 아쿠아플라넷 63 / 부산 아쿠아리움 /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 / 단양 다누리 아쿠아리움 / 자카르타 아쿠아리움 / 국립 해양 박물관 등 방문하는 지역에 아쿠아리움이 있다면 꼭 들러본다. 여러 곳을 가보니 아쿠아리움에서 해양생물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또 같은 해양생물이어도 아쿠아리움마다 어떻게 되어 있느냐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느껴지는 지 등을 비교하며 보게 되었다.
자격증을 취득하고 나서 아직 바닷속에 다시 가보진 못했지만, 전보다 물놀이를 좀 더 하게 되었다. 몰디브와 발리에서 스노우쿨링을 했고, 발리에서는 서핑도 배웠다. 서핑은 처음이었는데, 예상대로 물도 참 많이 먹었지만 ㅎㅎ 밀착 1:1 교육으로 일어서는 것까지는 성공했다 =) 속도감이 정말 짜릿했다. 감을 잃기 전에 얼른 다시 타고 싶다.
바닷속은 여전히 무섭지만(ㅠㅠ) 그래도 체력을 길러 기회가 된다면 또다시 스킨스쿠버다이빙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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